오늘은 굉장히 평소와 같았다. 꼭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곡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,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급히 길을 걷고 있었다. 문득 '아, 오늘 설마 10월 28일인가?'라는 생각이 들어서 핸드폰을 봤더니 아직 날이 지나지 않아27일이었다.
6년 전 이맘때는 그 한 해 중에, 어쩌면 28년 인생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일주일을 겪었다. 한 해씩 지나갈 수록 그 일주일은, 나흘이 되기도, 사흘이 되기도 하며 점차 줄어들어 올해엔 27일의 오후 늦게서야 그 날인 줄 눈치채고 말았다. 오늘은 울지도 않았고. 언젠가는 점점 그 시간이 줄어들어서, 언젠가는 10월 27일이 한참 지나고서야 '아, 그날이었구나.' 라고 뒤늦게 생각 할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글퍼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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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친구와 만나면서 웃으며 얘기했다. "그래도 나는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.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내가 없잖아."
그러니까, 이것은 선생님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이기도 하지만 나의 18살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한 것이다.
나와 동갑인 귀여운 여자아이랑 합주를 하고 있을 때, 유리문 너머로 우리를 보다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선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말하던 선생님.
온 전력을 다해서 합주를 몇 시간 동안 한 뒤에 그대로 합주실 바닥에 드러누워서 우리 셋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, 우리 이런 음악을 하자며 웃었던 그 때.
밤을 새고도 저녁까진 이어진 믹싱 스케쥴을 끝내고 모두 함께 밥 먹으러 가선, 넌 다이어트하라고 했는데 자신보다 더 많이 먹는 것 같다던 선생님.
그 모든 것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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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젠가 무심코 오늘을 지나친다고 해도 가장 존경해요 선생님. 그 때부터 이어진 모든 것들이 제 원동력이 되어, 앞으로 나가려고 하고있어요.
영원히 무덤덤해질 수는 없겠지만, 내년에는 더 성숙하게 오늘을 보낼 수 있도록 할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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굿바이. 얄리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