#repost @kimkeum_rainboot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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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에게 누군가 시티팝? 하면 제일 먼저 마츠다 세이코를 떠올렸다. 수많은 노래 중에서도 <푸른 산호초>처럼 바닷가 앞에서 부르는 듯한 찰랑이는 흰 원피스와 귀여운 미소와 덧니를 말이다.
그게 아니라면 입생로랑 담배 한 갑과 검은 머리, 까만 원피스가 떠오르는 나카모리 아키나를 떠올렸고, 그것도 아니라면 눈만 봐도 구슬픈,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야마구치 모모에의 <이별의 저편> 같은 곡을 떠올렸다.
실제로 시티팝이 유행하면서 앞의 세 사람의 곡들도 다시 유행하기도 했고, 그 노래와 비슷한 곡들이 새로 발매되기도 했다.
그러나 브레이브걸스의 <운전만 해>가 나왔을 때는 같은 시티팝임에도 그들이 떠오르지 않았다. 대신, 서울시스터즈의 <첫차>, 나미의 <빙글빙글>, <영원한 친구>, 계은숙의 <바람 바람 바람>을 떠올렸다.
MV에서 나온 가요톱텐처럼 이덕화 아저씨가 사회보던 시절의, 강렬한 한국 시티팝이었다. 유구하게 한국 가요에서의 이별은 항상 가깝고 슬프지만, 의상은 화려함에 싸악 감싸져 있으며, 노래 부르는 가수들은 활짝 웃으며 여유롭게 노래한다.
<운전만 해>는 그 시대를 가져와 지금과 뒤섞는 시티팝이 아니라, 정말 그때 음악같은 톤과 가사들을 쓴다. (래디오 소리라는 가사는 블루투스 스피커시대에 볼 수 없는 가사가 아니던가)
밑으로 깔린 뚱땅거리는 전자음은 실제로 옛날 노래에서 자주 듣던 음이고, 나미의 앨범재킷에서 보던 망사 장갑을 무대 의상으로 쓰기도 한다. 찐/코리아/시티팝 느낌.
야하지 않고, 불편한 가사들이 숨겨져 있지 않은, 그러나 신이 나고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바이브. 여러 시도들을 통해 브레이브걸스의 멤버들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은 것 같다.
나는 브레이브걸스라면 그시절 이은하, 김추자가 거리낌 없이 화끈하고 여유롭게 무대를 쥐어잡았던 그때 그 시티팝도 할 수 있을 것 같다. 그런 가사들. 그런 음악들. 그런 여자 아이돌. 건강하고, 신나는 모습으로 오래 보고 싶은 모습들.